초대 /▒ 정연숙 시

[스크랩] 겨울나무

정영진 2010. 4. 4. 00:43


겨울나무/정연숙



텅 빈 들판에서
바람 불고 눈보라 몰아치면
둥지를 떠나간 새들을
애타게 기다리며
휘파람 소리를 내지만

한 때는 나란히 한 곳을 바라보며
따스한 온기로 보듬었을
마을 뒷산 정자나무

저녁노을이 붉어지면
물풀처럼 잠겨 어른대는 그림자
온갖 망상이 정자나무에 걸려 펄럭이는데
공허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 볼 뿐

새움 트는 봄을 생각하며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껍데기만 남은 속
꾹꾹 눌러 참고 있는지

마음이 모질지 못한 겨울나무
제 몸을 수피로 두르고
찬바람이 숨어 들어도
좀처럼 내색할 줄 모르네

생명이 있는 한
샘물로 고이고 고여서 차오르면
가슴을 적시고
온몸을 감기게 하는가


출처 : ▒ 나 그대 별이 되고파 ▒
글쓴이 : 소소 정연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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