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 정연숙 시
세월/정연숙 마실 삼아 나선 길 머뭇거리다 사립문 열고 깨진 창 틈 사이 바람벽에 귀 기울이면 밤새 문풍지 떨리는 소리 멀리서 새벽닭 우는 소리 온통 뿌연 하늘 시린 몸을 뒤척일 때마다 긴 밤 앓던 지병이 도져 옹이진 가슴 속 돌덩이 하나 매달아 놓고 계절을 잊은 채 눈 감으면 익숙한 거리 길 위에서 생각없이 걸었다 가슴이 깊어진 줄 모르고 피지않는 꽃을 안고 살았다 몇 고랑의 잔주름 속에 슬픔을 묻어야 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