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무채시

빗소리에 실려

정영진 2012. 7. 15. 02:06

빗소리에 실려

 

                                   정영진

 

하늘이 양철지붕을 두드리며 꾹 다문 입을 열었다
왕왕거리던 소리가 땅에 흩어지고

다른 소리가 등을 밟고 지나간다
그동안 왜 뜸했느냐고 소리쳤더니
그 소리가 오히려 내 종아리를 친다

하는 짓이 예뻐야 제때 젖줄 게 아냐
회초리가 된 비가 강물이 되듯
좁은 땅덩어리에 똘똘 뭉쳐들 살라고
높이 오르려는 자 목이 마르고
낮아지는 자 바다가 될 거라고
눈을 부라리며 호통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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