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무채시

찻잔에 붙은 소금

정영진 2012. 7. 5. 18:10

 

 

찻잔에 붙은 소금

 

                                        정영진

 

반가운 친구가 애들 소급 놀이나 쓸 찻잔에
귀하게 여긴다는 보이차를 손님 대하듯 내놓는다

 

찻잔을 집어 입술에 대니 무수한 얼굴이 스친다
이 찻잔을 마주하고 나눴던 이야기며, 그들의 미소가
찻잔에 소금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눈을 감은 채 혀끝으로 묵언을 듣노니
삶과 죽음도 세상의 고민도, 사랑과 돈의 의미도

짠맛 속에 녹아 있었다

나는 그 찻잔을 입에 댄 순간 이미 그들과 함께한 사람이므로
신선한 향기를 허파에 채우며 같은 숨을 쉬는 심장이 된다

 

나는 이제 그 것들을 풀어낼 가슴을 가졌으므로
세상을 뜨겁게 지필 책임이 있고 함께 나눠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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