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폭력
정영진
통근 지하철이라곤 1호선밖에 다니지 않고
만원 시내버스가 판을 치던 한남동에서 남산 터널을 통과해 종로 가던
제 시간을 꼭 맞추지 않아 차에 오르기만 해도 다행이고 어렵던 시절
버스가 서는 곳이 정류장이 되어 경주하듯 뜀박질을 하고
어쩌다 꼴찌가 되면 시험에 떨어진 사람처럼 초라해져
다음 시내버스를 기다리기 일쑤였고
맨 꽁지바리로 차에 올라 안으로 파고 들려고 실랑이를 하면
어김없이 토큰 가방을 둘러맨 오라이 탕탕 언니
버스 출입구 손잡이를 잡은 채 내 등에 대고 물컹한 배에 힘을 주며
안으로 들어가세요 외장을 치며 나를 짐짝처럼 차 안으로 쑤셔 넣으면
신기하게도 차 안으로 빨려들어 갔다
가만 보면 요즘 지하철 통근길에 성폭력 사태가 있다던데
사실 그때도 폭력은 폭력이지
하지만 그때는 버스에 태워 주는 게 얼마나 고맙고 감사했던지
달리는 차에 매달린 그 언니들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뭉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