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
정영진
물 위를 뒹굴던 물방울들이 제 마음대로 공중을 떠돌다
검은 구름에 붙들린 걸 바람이 먼저 알고 깃발을 펄럭이며
저녁 하늘에 새들 먹이 사냥을 돕는다
죄인처럼 땅으로 떨어질 각오로 구름 안에서 몸을 불리는 물방울들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갈 고리를 채우고 바람에 흔들린다
장마가 시작되는 하늘길에 겉모습만 바뀐 물방울들도, 우리가 가는 길도
똑 같은 행보인 줄 아는지 모르는지 세상은 앞만 보고 내 달린다
되풀이된다는 것 이 광활한 우주에 사는 누구도 탈피하지 못하는 사실
함께하는 우물에 침을 뱉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