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栗) 이야기
문정희
내 어머니는 분명 한쪽 눈이 먼 분이셨다
어릴 적 운동회 날, 실에 매단 밤 따먹기에 나가
알밤은 키 큰 아이들이 모두 따가고
쭉정이 밤 한 톨 겨우 주워온 나를
이것 봐라, 알밤 주워왔다! 고 외치던 어머니는
분명 한쪽 눈이 깊숙이 먼 분이셨다
어머니의 노래는 그 이후에도
30년도 더 넘게 계속되었다
마지막 숨 거두시는 그 순간까지도
예나 지금이나 쭉정이 밤 한 톨
남의 발밑에서 겨우 주워오는
내 손목 치켜세우며
이것 봐라, 내 새끼 알밤 주워왔다! 고
사방에 대고 자랑하셨다
문정희 시인
1947년 전남 보성 출생.
동국대 국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졸업
진명여고 재학시 시집 <꽃숨> 발간.
1969년 <월간문학>지를 통해 문단에 나옴.
1976년 제 21회 현대문학상 수상.
2004년 제16회 정지용문학상
시집 <꽃숨> <문정희 시집>, <새떼>,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
<우리는 왜 흐르는가> <하늘보다 먼 곳에 매인 그대>
<남자를 위하여> <오라, 거짓사랑아>등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메모 :
'초대 > ▒ 초대시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어느 섹스에 대한 기억/김나영 (0) | 2010.10.06 |
---|---|
[스크랩] 구두/김경민 (0) | 2010.10.06 |
[스크랩] 불혹/유춘희 (0) | 2010.10.06 |
[스크랩] 석 류/이가림 (0) | 2010.10.06 |
[스크랩] 내 복통에 문병가다/장철문 (0) | 2010.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