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김경민
구두가 놓여있다
음식점 방문 어귀
가지런히 벗어놓은 그녀의 구두를
다른 구두가 밟고 간다
가벼운 그녀로서는
주체할 수 없었던 그녀의 운명과
아름다워서 깨지기 쉬운 영혼을
싣고 다녔던 볼 좁은 구두 한켤레
이제 분주한 신발들
사이에
밟히고 채여서 조금씩 멀어지고
더러워진다 한때 익숙한 길만을 걸었던
작은 발보다 더 커져버린 구두
주인을
두고 저 혼자 걸어가버릴 듯
귀엽고 작은 구두 한 켤레
방문 어귀에 넘어져 있다
김경민 시인
1954년 서울 출생
부산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90년 <한국문학>에 어둠의 집 회전문 계단위의 폐허 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
시집 - <성 모독> 1993년 <붉은 십자가의 묘지> 1998년
시문화회관 대표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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