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앞에서/정연숙
말하지 않아도
가슴 열어보이지 않아도
따뜻하게 안아 줄 것만 같은
가을이 내 앞에 와 있다
어느 길섶 양지녘에서
봄 햇살을 주워 담고
요란한 빛깔로 설레이던 몸짓들
꽃향기에 취하던
꽃피는 여름은 가고
계절도 없는 추억만 피었어라
반짝반짝 물들이는
솔향기 가득한 숲을 걸으며
소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솔바람 맞으며
지칠 줄도 모르고
쉴 줄도 모르는
너를 가슴에 안을 수 있다면
너와 함께 세월을 밟으며
아파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고
슬프지 않아도
사랑하며 살아 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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