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풍경/정연숙
한 낮의 햇빛 속
쓸쓸하게 서 있는 플라타나스 사이로
먼 산 가을날 풍경들
오롯이 눈에 잡히고
휑한 바람 불어오고
가을이 깊어가면
돌아갈 채비를 서두르며
낙엽 위로 낙엽은 쌓이고
아픈 상처를 감추고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들
한밤중에는 어디선가
삶은 아둥바둥 허무하다며
풀여치들 잦아지게 울어대고
달빛 고고히 흐르는
서걱거리는 수수대 사이로
바람소리만 들려오는 날에는
가슴이 시려오는 건
스산함 때문만은 아니리라
누구나 슬픔 하나 갖고 사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