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 정연숙 시

[스크랩] 소박한 밥상

정영진 2010. 4. 4. 00:15


소박한 밥상/정연숙
오랜만에 찾아간 내 집
닫힌 냉장고 문 활짝 열면 
버려진 걸로 가득한
냉장고 속은 언제나 빽빽하다
냉장고 속에는 내가 있어요 
문 열어달라는 소리
오랫동안 냉장고 밑에 깔려
한쪽 구석에서 썩어가고 있던 
양파를 들어내고
이걸 어떻게 버릴까 생각하는데
쭈굴쭈굴 말라비틀어진 양파 줄기에서
놀랍게도 이파리가 피고 있었다
몇차례도 더 버려졌을 저 양파는 
아직도 내 손을 기다리고 있다
언제부터 내게는 
끊임없이 쌓아두고 나니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들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니
재미없어진 추석날
냉장고 안이 환해졌다
 

     

    출처 : ▒ 나 그대 별이 되고파 ▒
    글쓴이 : 소소 정연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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