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 정연숙 시

[스크랩] 세탁기를 돌리면서

정영진 2010. 4. 1.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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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탁기를 돌리면서/정연숙



털어도 털어지지 않고
걸러도 걸러지지 않는
묵은 삶의 지꺼기
세탁기에 던져넣고
마음의 방향 따라
번호를 돌려 맞춘다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지워지지 않는 얼룩들
쉼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감겼다 풀렸다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멈추는 마지막 순간
축 늘어져 있는 어깨
탄력잃은 내가 보인다

부푸러기만 남은 구겨진 인생
손 안에 끄집어 내어
마음으로 활짝 펴서
반짝이는 햇살에
눈부시게 걸어두고 싶네

뽀송뽀송 마르며
나부낄 수만 있다면
       

     
출처 : ▒ 나 그대 별이 되고파 ▒
글쓴이 : 소소 정연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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