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무채시

뜨겁다고 해서

정영진 2016. 9. 1. 21:31

뜨겁다고 해서 / 정영진

 

콩나물 해장국집 식탁 위에
뚝배기가

순이 죽은 콩나물을 

품에 안은 채
고개를 갸우뚱

국물에 익은 달걀이 풍덩
시큼한 묵은지 쫑쫑쫑
곰 삭힌 새우젓 쪼금
칼로 싹둑 자른
오징어 다리 몇개 뜨고
멋부리다 잡혀온

발랄한 파 아가씨도
짜릿한 마늘 총각도 

한몫 거들면서
불판에서 갓 나와
앗뜨뜨 한데도
넋 빠진 술꾼인가
내 속을 비워가며
마신 술이 덜 깼는지
시원하다 시원하다
탄성을 지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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