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정영진
늘 나의 주위를 맴도는 그가
오늘은 무슨 표정을 지을까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그는 성격이 직선적이고
뭐든 정면으로 받아치는
못된 성품을 지녔지만
외출할 때도, 화장실에서도
식사 후에도 그를 떠날 수 없다
내가 스스럼없이 알몸을 내 보이는 것도
그가 여성들의 핸드백 속을
거리낌 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것도
그의 맑은 눈 때문이다
내가 다가가면 다가간 만큼만
다가오는 냉혈한 같은 그지만
미우면 밉다 슬프면 슬프다
거짓 없는 모습을 보이기에
매일 그를 보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다
누구에게도 공평한 그가 나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