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무채시

김장 김치

정영진 2016. 5. 21. 11:06

김장 김치

 

                             정영진

 

배추가 죄의 뿌리를 단칼에 잘라버리고
살아온 흔적일랑 아예 지워버리려고
제 몸을 조각내어 소금을 끼얹고
순 죽어 홀로 일어설 수 없을 때
맑은 물에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평상에 드러누워 명상에 잠겼다가
자아가 더는 허락하지 않을 때
환생의 양념에 몸을 비비며
불꽃처럼 살고 싶다고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고
어두운 독 속으로
꾹꾹 드러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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