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퇴고중

배추가 김치가 되기까지

정영진 2016. 5. 21. 11:02

배추가 김치가 되기까지

 

                       정영진

 

세상과 내통하던 뿌리를 단칼에 잘라버리고

살아온 흔적일랑 말끔히 지워야지

몸을 조각내어 소금을 머리에 얹고

 

풀죽어 일어설 수 없을 때

성수 같은 물통 속에 몸을 담구어

죄업에 절은 몸을 툴툴 털어내고

 

불타는 지옥같은 양념 속에

몸을 자꾸 비비며 새롭게 살고 싶다고

이대로는 안된다고

어둠속으로

독 속으로

차곡차곡 들어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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