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무채시

우리집 세탁기

정영진 2016. 5. 17. 13:02

우리집 세탁기

 

                 정영진

 

우리 집 세탁기에 평소보다

아침을 몽땅 주어 놓고 버튼을 눌렀는데

물도 많이 먹어야 하고 소화제도 더 든다고

힘들어 죽겠다고 윙윙대며 툴툴댄다

어처구니가 없어 잠시 생각하다가

점심은 대충 주었더니 킬킬대며 좋아한다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어서

나도 내 손에 밥을 주어보기로 하였는데

내 손이 얇은 러닝셔츠를 먹을 때는 그럭저럭 편하더니

두꺼운 청바지를 먹을 때는 질기기도 하거니와 양이 많아 힘들었다

먹는 양에따라 힘들고 편하다는 이상한 논리에 어리둥절 하다가

배부르면 배고픔만 못하다고 세탁기가 투당투당  언성을 높이니

세상에 배부른건 잘못이고 배부른놈 참 불쌍하다고 처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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