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무채시

한계

정영진 2016. 5. 18. 11:13

한계

 

                      정영진

 

방바닥을 밥상처럼 훔치는 걸레가

밥상을 방바닥처럼 훔치는 행주에 하소연한다

걸레 왈,

"세상 참 불공평해 한번 지어진 이름 탓에 푸대접받는 것을 보면"

행주 왈,

"넌 하는 일이 더러운 것들만 상대하잖아

아무렇게나 구석에 처박혀 놀다가 필요할 때 잠깐 일하잖아

난 아침 점심 저녁 쉴 새 없이 일해야 하고 몸을 정갈하게 씻고 있어야 하지

넌 모르겠지만, 펄펄 끓는 물 속에 고문받는 심정 모를 거야

먹고 버린 음식 쓰레기를 치우는 심정 우울한 거야

 그러고 보면 네가 속 편한 거야 마음대로 쉴 수도 있고

시큼한 냄새가 나도 끓는 물 속은 피할 수 있으니까

다시 태어나면 난 수건이 될 거야 수건이 얼마나 좋은지 너도 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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