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무채시

헉 헛다리

정영진 2016. 5. 7. 13:09

작약꽃이 피었읍니다

 

                                정 영 진

 

 

앞마당에 심어 놓고 유심히 지켜보는 애완이라

작약꽃대가 양파를 꽉 물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목을 부여잡고 사정없이 때를 미는 바람이나

간지럽게 손수 사워를 해주는 봄비나

드라이기를 빌려다가 머리를 말려주는 햇님이나

밤에 은근한 눈빛으로 꼬이는 달님이나

보초서는라 꼬박 날밤새던 샛별이나 

몸이 쇳덩이처럼 천근 만근

 

야물게 생긴 것이 여간한 새침데기가 아닌듯하더니만

드디어 오늘에야 입안을 들여 다 보았는데요

내 눈이 봉오리처럼 부풀어 올랐는데요

날개 달린 도둑들이 분홍 치마 속을 헤집고

황금 주머니를 털어 갈려는지

이름표도 없는 날라리 벌 들락날락하는데도

쩍 벌어진 입 다물지 못하고 헤벌리고 있더라니깐요

헉 미치겠더라니 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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