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영상시

가을날의 회상

정영진 2011. 11. 17. 02:33

가을날의 회상

 

                    제일/정영진

 

문득 벽을 바라보다

달력 속으로 풍덩 빠져 버렸다

허우적대다가 정초에 떠오른 해를 붙들었는지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데

 

내 뒤를 따라오는 것들

백호처럼 포효하고 싶던 마음, 작은 바람들,

지난날들이 지렁이처럼 꿈틀댄다

 

지금은 9월의 초입

포도 위를 뒹구는 이파리들

가을은 온 것이다

 

오늘만큼은 나도 뒹굴고 싶다

아니,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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