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현 동학잔치에서/정영진
내사 오월이면 황토현에서
막걸리 한 사발에 녹두전 한 접시
딸랑 먹고 오면 그만이지만
그날의 피비린내가 옷 속에 배어
세탁기에 돌려도 가시지 않는다
농민들의 피가 이 땅을 얼마나 적셨을까
아직도 황토가 시뻘건 한데
누렇게 부황든 얼굴들이
서릿발 속에서 보리처럼 일어나
초개와 같이 이슬로 사라졌지만
잊지 않아야 한다 그 뜻을 새겨야 한다
그날 무참히 사라진 녹두가
불판 위에 아직도 불타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