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의 연가/정연숙
불 꺼진 어둠 속에 앉아
달빛 한 채 짓습니다
달 없는 밤에도
바람 찾아드는 빈 나뭇가지에는
늘 덩그러니 그리움의 달이 뜹니다
교교히 흐르는 달빛 속에서
누군가 창 밖에서 손짓합니다
조곤조곤 나직한 소리 들려오고
마당으로 나가보면 아무도 없고
님을 기다리는 아련한 마음이 비칩니다
밤새 담장을 기웃거리는
그리움 자욱하니
내 손이 하늘에 닿기만 하다면
달을 잡아 당겨
그대 얼굴을 빚고 싶습니다
보고픈 사람 곁에
달빛으로 혼곤이 잠들고 싶은
나를 부르는 건
소리없이 내리는 하얀 그리움입니다
온 밤을 하얗게 칠하는
그대 창가에 머무는 달빛인 그대
자분자분 그 고운 발걸음
아름다운 마음밭에
그대는 늘 내 가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