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 못한 이야기들
반칠환
참외밭
누나, 누나, 여기 누가 참외 따갔네? 꼭지만 남았어.
아, 그거! 아마 고슴도치가 따갔나보다. 너, 고슴도치가 왜
밤송이처럼 가시가 돋쳤는지 모르지? 이빨로 참외꼭질 갉아서
똑 뗀 담에 등가시로 콕 찍어서 짊어지고 엉금엉금 기어간단다.
증말이야?
뒤란에 다람쥐
성, 니째 성, 나 다람쥐 한 마리만 잡아 주면 얽으미에 넣고 키우지.
임마, 다람쥐를 어뜨케 잡냐. 아, 한 가지 방법이 있긴 있다.
장독대 뒤에, 밤나무 밑에 다람쥐 많지? 다람쥐가 밤 줏어 먹느라
정신 없을 때 갑자기 바람 불면 알밤이 떨어져 가끔 다람쥐들이
뒤통수 맞고 기절한다더라. 알밤 맞은 다람쥐 보면
내 주워서 너 주지. 너도 바람 불 때 잘 봐라?
..............알았어!
꿩동산
꿔어꿔꿔 - 엉 -
아부지, 꿩괴기가 닭고기보다 맛있나?
그으럼, 열이 먹다 아홉이 죽어도 모른단다.
아부지 그러면 꿩 좀 잡아오지.
니가 좀 잡아서 아부지 꿩괴기 맛좀 보여주거라.
에이, 내가 어떻게 잡아.
꿩 잡는 건 어렵잖다. 장끼 두 마리가 싸우기 시작하면
한 놈이 죽어야 끝나거든. 넌 가만히 쌈 구경하고 있다가
죽은 놈 한 마리 줏어오면 아부지가 구워주지.
으응............ 근데 어디서 싸워?
사진 - 네이버 포토앨범
반칠환 시인
196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으며,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1999년 대산문화재단의 '문학인 창작지원' 시 부문에 선정되었다. 2001년「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을 출간하였고, 2002년에는 서라벌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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