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 초대시와 글

[스크랩] 얼굴/마경덕

정영진 2010. 10. 6. 15:15

 얼굴 

 

 

 마경덕


                                                   

 심벌이 불거진 근육질 남자, 브래지어 팬티 한 장 걸친 미끈한 여자,

 버젓이 대로변에 서있는 목 잘린 속옷가게 마네킹들 

 

 죄짓고 싶었네 뻔뻔하고 싶었네 많은 사람에게 면목 없고 싶었네

 저런, 쳐 죽일, 배터지게 욕먹고 싶었네

 목 위에 얼굴만 달리지 않았다면
 기왕이면 여러 개의 목을 갖고 싶었네 꽁꽁 머리통 숨겨두고

 일회용 목으로 바꿔 달고 싶었네 재빠른 자라목이 되고 싶었네

 

 왜 목은 하나일까
 건드리면 부러지는 한심한
 목 위엔 얼굴이 있고 얼굴에는 마경덕이라는 이름이 있네

 툭하면 짐승 발톱이 돋네. 제발 나이값 좀 하라고 엄마는 말하네


 나 아직, 사람이 되지 못했네

 

 

           계간 <시작> 2004년 여름호

           진주신문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