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박형준
개 한 마리
감나무에 묶여
하늘 본다
까치밥 몇 개가 남아 있다
새가 쪼아먹은 감은 신발
바람이
신어 보고
달빛이 신어 보고
소리 없이 내려와
불빛 없는 집
등불
겨울밤을
감나무에 묶여 낑낑거리는 개는
앞발로 땅을 파며 김칫독처럼
운다, 울어서
등을 말고 웅크리고 있는 개는
불씨
감나무 가지에 남은 몇 개의 이파리
흔들리며 흔들리며
새처럼 개의 눈에 아른거린다
주인이 놓고 간
신발들
빈집을 녹인다
긴 겨울밤.
박형준(朴瑩浚) 시인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1987년 서울예전 문예창작과 졸업.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구(家具)의 힘」이 당선되어 등단.
1994년 첫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1997)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
제15회 동서문학상 수상.
1996년 제1회 꿈과시문학상 수상.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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