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마늘밭
배한봉
하오의 바닷바람에 온몸을 출렁이는 마늘밭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종을 뽑는
할머니 일생을 솨르륵 솨르륵 읽고 있다
밀물과
썰물 소리를 내던 검푸른 시간
그 추억의 손목을 잡아당기면
해수병 앓는 영감이나 도회지로 나간 자식들
성큼성큼 졸랑졸랑 걸어오던
시절도 보이리라
종을 뽑아야 마늘 뿌리 더 굵어지듯
꽃시절의 골수 뽑아 자식들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켰던 우리들의 어머니,
어머니
여름날 긴 해도 짧던 그 마늘밭이
오늘은 바다가 된다, 주름지고 못 박힌 손
허옇게 센 머리칼을 적시며 출렁이는
바다
그 바다에 뜬 섬 하나
영영 펴지지 않을 것 같은 굽은 등 위로
솨솨솨 바람 불어 남루해진 세월을 지운다
끼룩끼룩 몇
마리 갈매기도 불러와
수만 권 생애의 책을 펼쳐 읽는
검초록 광휘의 남해 마늘밭
사진 - 오마이 뉴스 . 연합뉴스

1962년 경남 함안 출생
1998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악기점](세계사, 2004)
[우포늪 왁새](시와시학사, 2002)
[흑조(黑鳥](현대시,
1998/재판 천년의 시작, 2003)
편역서 <우리말 부모은중경>
계간 <시와 생명> 편집위원
웹진 <詩鄕> 편집주간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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