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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밴댕이를 먹으며/이가림

정영진 2010. 10. 6. 15:01

밴댕이를 먹으며

 

 

 

이가림

 

 

 

무게없는 사람을

달아 보고 또 달아 보느라

늘 입속에 말을 우물거리고만 있는

나 같은

반벙어리 보라는 듯

영종도 막배로 온 중년의 사내 하나

깻잎 초고추장에

비릿한 한 움큼의 사랑을 싸서

애인의 입에 듬뿍 쑤셔넣어 준다

하인천 역앞

옛 청관으로 오르는 북성동 언덕길

수원집에서

밴댕이를 먹으며

나는 무심코 중얼거린다

그렇지 그래

사랑은

비릿한 한 움큼의 부끄러움을

남몰래

서로 입에 넣어주는 것이지...

 

 

 

한국문학 (2001년 여름호)

 

 

 

이가림시인

1943년 만주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불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루앙 대학교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 정지용문학사, 편운문학상, 후광문학상을 수상했다.
파리 7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했고, 2004년 현재 인하대학교 불문과 교수로 재직 중.
시집 <빙하기>,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순간의 거울>, <내 마음의 협궤열차> 에세이 <사랑, 삶의 다른 이름>, <미술과 문학의 만남> 등이 있으며 옮긴책으로는 <촛불의 미학>, <꿈꿀 권리>, <시지프의 신화>, <불사조의 시학> 등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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