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식탁 - 김 세 형
찬 이슬 맺힌 새벽 오솔길 푸른 풀잎 위 발라당 뒤로 자빠져 누운 암컷 사마귀 위에 수컷 사마귀 한마리가 풀잎처럼 사뿐히 올라타 있다 암컷의 꽁지 위에 제 꽁지를 맞추고 흐뭇한 표정으로 암컷 사마귀에게 제 둥근 머리통을 아작 아작 씹혀 먹히고 있다
꽁지가 한량없이 즐거워 제 머리가 아작나는 줄도 모르고 있는 저 멍청한 수컷 사마귀!
나 죽어 가는 저 수컷사마귀보다 살아 있는 저 암컷 사마귀가 한량없이 더 슬프다 저 풀잎식탁 위에서 이슬 같은 눈물을 흘리며 生殖을 위해 사랑하는 수컷을 生食해야만 하는 저 암컷사마귀의 눈물의 식사가 더 슬프다
아으, 난 죽어가는 것들보다 살아가는 것들이 더 슬프다!
시집 <사라진 얼굴>-(불교문예 출판)에서 발췌 -김세형 시인은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와 성균관대학교 유교대학원을 수료했다. 2005년 <불교문예>봄호로 등단했으며,시집<모래언어>가 있다.
*******************************************************************************
정말로 슬프지 아니한가
먹어야 산다는 것이... 어제도 전국에서 수많은 촛불집회가 있었다
안전한 먹을거리가 저렇게 간절하게 그리운 것이리라
어제 오후에 우리 고장에서 시민과 함께 하는 영주문인시화전이 개막되었다
많은 분들이 모이셨고, 두 주일간 강바람에 나부끼는 시화를 감상하게 되었다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차근차근 읽어나가시다가
'사람 사는 이야기들일세 그려' 하시더랜다
시인의 언어는 그런 것이다
죽어가는 것들이 슬픈 게 아니라
살아가는 일들이 더 슬픈 시인들은 오늘도 한 줄의 시를 생각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