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 정 현 종
내가 잘 댕기는 골목길에
분식집이 새로 생겼다
저녁 어스름
그집 아줌마가 형광등 불빛 아래
재게 움직이는 게 창으로 보인다
환하게 환하게 보인다
오, 새로 시작한 일의 저 신바람이여
세상에서 제일 환한 그 부분이여
옆집 담 안에 마악 벙그는 목련들도
신바람의 그 아줌마를 하늘로 하늘로
다만 받쳐올리고 있구나, 다만!
-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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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자가 서 있는 땅은 이름이 새겨진 땅보다 비옥하다.
시작하는 자가 서 있는 땅은 먼저 자신을 움직여 그 땅을 기적으로 만든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을 가기 시작하는 자는
가슴을 열고 희망에 이르는 발자국을 땅에 남긴다.
실패 뒤에 일어설 때의 눈빛에 눈물이 뿜어내는 웃음을 보았는가?
그 웃음은 포클레인보다 힘이 세고 강물보다 세차다.
내가 잘 다니는 골목길에 분식집이 새로 생겼다.
저녁 어스름. 아줌마가 움직이는 게 보인다. 창으로 환하게 보인다.
오, 새로 시작한 저 기적의 시작이여!
운명을 용기로 바꿔 문을 두드리더니 꽃피는데 비바람이 잦더니
목련들도 아줌마를 받쳐 올리고 있구나.
저 아줌마 때문에 이 세상도 생긴 지 열흘밖에 안 된다.
<박주택 . 시인>의 해설입니다.
이 시의 재미는 마지막 시어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긍정과 부정이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창업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고루 배어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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