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이 되어/정연숙
갈 곳 없는 마음
머물 곳 없는 마음
두 마음이 넘치면
하늘 끝에서 그리움 앞세우고
순결하고 아름다운 그대
천만송이 눈꽃으로 오시는가
세속에 물들지 않은
순백의 세상에서
미더운 마음 하나로 불을 지피고
솜털같은 포근한 사랑
공허한 마음 외롭지 않게
오롯이 님을 가슴에 품고
저리 속속들이 젖어드는지
아득히 눈 내리는 밤
너를 찾아 헤매이다
차라리 길을 잃고 폭설 속에 갇혀
찾아오는 사람 아무도 없는 산촌에서
밤이슬에 젖다가 아침에 깨어나는
다 하지 못한 풀잎의 이야기 보따리 풀고
한 사나흘쯤 묵어도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