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정연숙
외딴 두메 마을
산기슭 언덕 아래
널찍한 마당
맨드라미 채송화 꽃밭 이루고
너와 나의 집
오두막 한 채 지었으면
토방 밖에서 잠이 든 삽살개
삼십리 길 닷새장 보러 떠난
주인을 반겨맞아 돌고 돌며 짖어대고
헛간에는 꿈을 쪼아먹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면
뒤란으로 가서
금방 따온 푸성귀
싱싱하게 푸른 상추쌈
깡보리밥에 된장찌게
둥근상 한 자리 둘러앉아
다 늦은 저녁을 먹으며
웃음이 넘쳐나던
고운 날들이여
풀벌레 우는 가을 저녁
초가삼간 달 뜨면
구멍 뚫린 봉창 달빛은 스며들어
별 하나 가슴에 띄워 놓고
너와 나 평상에 앉아
유행 지난 노랫가락 불렀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