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 정연숙 시

[스크랩] 담쟁이

정영진 2010. 4. 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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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쟁이/정연숙 산다는 것은 눈물나는 일이다 오늘도 바람이 불고 그 산에 가면 돌부리에 박혀있어도 끝끝내 살아남은 뿌리를 드러내고 몸을 비틀어서라도 나무등걸에 매달려 대롱거리며 조금씩 조금씩 발돋움하는 붉은 담쟁이를 만난다 잊혀지기도 해야 할 젊은 날 낯선 땅으로 흘러 들어와 푸른 시절 다 보내고 삭풍이 불 때마다 상처를 견디기 위해 하늘 끝 허공을 향해 가끔 고개를 치켜올리던 안간힘으로 삶의 무게를 버티어 온 남편의 등허리를 보는 것 같다 잎들이 가지를 떠나고 잎 없는 가지가 되어도 비틀린 몸을 떠받치고 은밀하게 상처를 감싸주는 느티나무가 있어 마지막 순간까지 이글이글 불타오르며 담쟁이는 하늘을 덮어갈 것이다

출처 : ▒ 나 그대 별이 되고파 ▒
글쓴이 : 소소 정연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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