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 정연숙 시
사랑이 눈뜰 때 /정연숙 한 때 그 길에서 흙바람 끝에 묻어온 봄을 널어놓고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기 위한 단단한 홀씨인 너는 아직도 거기 울밑에 맨드라미와 어우러져 함초롬히 피어나 우리들이 좋아하는 색깔과 향기를 품어내고 있으리 어느 길섶에서 만나 빈가슴에 꽃씨를 심고 멀찌감치 서서 바라보며 풀이슬에 흠뻑 젖은 들꽃 향기 노래했네 유년의 청보리밭 언덕에서 응달에 잔설을 털어내고 너를 흔들어 깨우고 싶은 돌부리에 뿌리박힌 사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