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영상시

나무처럼

정영진 2016. 7. 4. 17:38

나무처럼 / 정영진 나무를 베어내고 난 둥치에 세월을 갈아 먹고 자란 표시가 있다 살아온 여정에 따라서 찌그러지기도 하고 살만했던지 통통하게 살이 올랐기도 하고 맨 가운데부터 점점 늘어간 자국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살던 그 자리마다 짙고 옅게 잔물결처럼 예쁜 무늬가 펼쳐져 있다 저것들을 마냥 바라보다가 생각하던 중 오늘 밤에 내 삶도 싹둑 베어 나이테를 본다면 초년, 중년, 장년, 말년에 살던 그 자리마다 표식이 드러날 텐데 정말 걱정이다 나무처럼 진솔하게 살지도 못했거니와 내놓을만한 건더기도 없으니 말이다

나무처럼 / 정영진

 

나무를 베어내고 난 둥치에

세월을 갈아 먹고 자란 표시가 있다

살아온 여정에 따라서 찌그러지기도 하고

살만했던지 통통하게 살이 올랐기도 하고

맨 가운데부터 점점 늘어간 자국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살던 그 자리마다

짙고 옅게 잔물결처럼 예쁜 무늬가 펼쳐져 있다

저것들을 마냥 바라보다가 생각하던 중

오늘 밤에 내 삶도 싹둑 베어 나이테를 본다면

초년,  중년, 장년, 말년에 살던 그 자리마다

표식이 드러날 텐데 정말 걱정이다

나무처럼 진솔하게 살지도 못했거니와

내놓을만한 건더기도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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