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가로등
정영진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늘 가로등을 일일이 점검하는 달을 본다
하늘 가로등이 밤하늘을 지키는 것은
해와 달의 수고다
어둠이 벌판을 스멀스멀 끌어안으면
달은 성좌마다 연결된 스위치를 넣는데
해가 낮 동안 일한 만큼만 밝기가 정해지고
해가 비오는 날 몸이 쑤시고 아파 드러눕는다든지 기분이 우울하면
그걸 모르고 달이 힘껏 스위치를 올려도 밤하늘을 밝힐 수 없다
해와 달은 하늘 가로등을 다루는 태양광 전기 기술자다
달은 하늘 가로등이 환하게 켜질 수 있도록 고장난 별을 점검해야 하고
낮 동안에 해가 쏘아 주는 태양광을 빨아들여
꼭꼭 씹어 배속에다가 담아 두었다가
밤이 되면 별에 대고 스위치를 올려야 한다
가끔 밤하늘을 일직선으로 가르는 전기 스파크는
하늘 가로등 촉이 타버린다든지,
하늘 가로등을 수리하는 중이며
작업은 초임일수록 일이 서툴고 매일 근무자가 바뀌며
한 달 내내 쉴 새 없이 두 파트로 나뉘어 작업하며
한 달 중 처음 보름 동안은 왼손잡이 부서가
초임부터 시작해서 선임까지 올라가며 일을 하고
다음 보름 동안은 오른손잡이 부서가
선임부터 작업을 시작해서 초임으로 내려가며 일을 하는데
점검 등을 켜 들고 하늘 가로등 주변을 돌며 다들 몸을 아끼지 않는다
보름달은 해의 지시대로 움직여 밤하늘을 빛내는
선임 태양광 전기 명장이다
북녘 하늘 북두칠성도 달이 만든 네온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