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잘해야 아래가 편커든
정영진
비가 날 방안에 가두더니 조금 미안했는지
밀가루, 애호박, 햇감자, 부추와 뒤섞여 프라이팬에 뒹굴게 하고
뜨시움 가시기 전에 누릿누릿 덴 몸으로 내 입을 틀어막는데
오늘 하루 방콕 하면 어때 그동안 얼마나 가물었는데
버석대는 땅 꺼풀 좀 봐 먼지만 풀풀 댔었지
마당에 상추도 얼굴이 곰보처럼 되었잖아
험상궂던 화초들 살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햇살에 그슬리던 몸뚱이에 물 먹이는 소리
한동안 스펀지처럼 물을 먹은 땅 참 다행이야
다들 살림살이 거들랄 뻔했지만, 이참에 내린 비로
목은 축였으나 똑같은 일이 번복 되지 말란 법 없지
아무튼, 위에서 잘해야 아래가 편커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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