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영상시
다리 밑 정영진 나 어디서 생겼어? 하면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던 어릴 적 들었던 농담이 사실처럼 다가온다 여름만 되면 다리 밑은 왁짝찌걸 소란해도, 상판 위를 자동차가 쌩쌩 달려도, 쏘는 듯한 태양이 침범할 수도, 들판을 훑는 소나기도 흙탕물로 발밑을 흐릴 뿐 다리 밑은 끄떡없다 다리 밑은 허기진 배를 채우는, 미처 못 잔 잠을 메꾸는, 발 쭉 뻗고 화투를 두드려도 말릴 사람 없는 엄마의 품 이번 휴가에 다리 밑을 찾을 사람들 나처럼 다리 밑에서 주워 온 게 틀림없다 엄마의 다리는 언제나 그대로인데 사람들은 충전만 하고 떠나버리니 그 빈자리가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