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영상시

산이 된 당신

정영진 2011. 11. 17. 02:24

산이 되어버린 당신

 

                        제일/정영진

 

차마,

거절치 못하여 반기는지도 모를

산에 오를때마다

눈덩이처럼 빚이 늘어만 간다

내놓을 것이라곤 냄새나는 입김과

등 뒤를 흐르는 땀뿐

얼굴밖에 모르는 굵직한 수목들

혹 나의 더러움 옮겨지지는 않을까

속으로 물어 보면서 힐끗힐끗 쳐다보면

여전히 미소 띠며 반겨주는데

석 달 전 보았던 어깨 부러진 소나무 

송진을 게워내 솔냄새 맡으라 하고

나무 위 새들 뽀르르 까꿍 후르르 까꿍

얼멍얼멍 모여 있는 달맞꽃이며

살구색 나리꽃 흐드러져 웃는

둥글넓적 맹감나무 작아도 야무진 찔레꽃

살림살이 늘어 가는 곳

올봄에 들키지 않은 고사리마저

알싸한 몸매를 드러내는데

당신은 산이 되었네요

 

'나의 이야기 > ▒ 영상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무 생각 없이  (0) 2011.11.17
각설이   (0) 2011.11.17
안개꽃  (0) 2011.11.17
도라지꽃  (0) 2011.11.17
아버지의 벽시계  (0) 2011.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