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되어버린 당신
제일/정영진
차마,
거절치 못하여 반기는지도 모를
산에 오를때마다
눈덩이처럼 빚이 늘어만 간다
내놓을 것이라곤 냄새나는 입김과
등 뒤를 흐르는 땀뿐
얼굴밖에 모르는 굵직한 수목들
혹 나의 더러움 옮겨지지는 않을까
속으로 물어 보면서 힐끗힐끗 쳐다보면
여전히 미소 띠며 반겨주는데
석 달 전 보았던 어깨 부러진 소나무
송진을 게워내 솔냄새 맡으라 하고
나무 위 새들 뽀르르 까꿍 후르르 까꿍
얼멍얼멍 모여 있는 달맞꽃이며
살구색 나리꽃 흐드러져 웃는
둥글넓적 맹감나무 작아도 야무진 찔레꽃
살림살이 늘어 가는 곳
올봄에 들키지 않은 고사리마저
알싸한 몸매를 드러내는데
당신은 산이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