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영상시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제일/정영진
볏짚들은 총 맞은 듯
닳아버린 바퀴처럼 누워 있고
홍시는 까치밥만큼
잔가지에 매달려 있는데,
낙엽은 군불 여기저기 지피고 있는데
된서리 내리던 말던
국화는 환하게 웃는다
아직은 아니다 싶은데
매몰찬 바람마저 가을을 파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