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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장경린 시인의 시어, 이자利子

정영진 2010. 10. 25. 23:51

장경린 시인의 시어, 이자利子

 

 

장경린 시인이 이자(利子)로 뭘 나타내려 했는지,

<섹스 전엔 꽃이었다가 하고 난 후엔 이자가 됐다>는데...

 

벌과 나비를 기다리는 꽃이었다가

목적을 달성했다면

더 이상 <꽃인 체>할 필요가 없다.

그냥 생활인으로 돌아가면 된다.

 

나는 처음에 막연하나마

이자(利子)란 <이(利)에 밝은 사람>쯤이려니 생각했다.

그런 뜻이 있는가 사전을 찾아봤지만 이자(利子)는

<남에게 돈을 빌려 쓴 대가로 치르는 일정한 비율의 돈>이라는

의미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반님이 이자에 대해서 물어보면서

<눈 반짝반짝하며 대기한다>하여서

좀더 연구해보기로 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자료 두어 개가 있다.

아래는 그걸 본 후 내게 떠오른 생각이다.

 

이자(利子)는 장경린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장경린은 한국은행에 오래 근무했던 사람이다.

장시인은 그래서 이자(利子)라는 상징으로

현사회상을 풀이하고 표현하기 쉬었지 싶다.

 

장경린에게 이자(利子)는

현 물질사회와 자본주의사회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또한 이자(利子)는 그런 사회에 어쩔 수 없이 물들게 된

너와 나다.

 

 

 

<김춘수의 꽃> -- 장경린

 

나와 섹스하기 전에는

그녀는 다만

하나의 꽃에 지나지 않았다.

 

나와 섹스를 하고 난 후

그녀는 더 이상 꽃인 체하지 않는

이자(利子)가 되었다.

 

내가 그녀와 섹스를 한 것처럼

세일즈맨이든 경찰이든 꽃이든 망치든 컴퓨터든

무엇이든 내게 와서

나의 떨리는 가슴에 온몸을 비벼다오

그와 한 몸이 되어 이자가 되고 싶다.

나도 그로부터 자유로운 이자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한 송이의 이자가 되고 싶다

나는 너의 이자가 되고 싶다

너는 나의 이자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서로에게

꽃보다 아름다운 이자가 되고 싶다

 

 

위 시에서 장경린은 이자(利子)를 긍정적인 눈으로 보고 있다.

 

세째 연에서 시인은 말한다.

무엇이든 내게 와서

나의 떨리는 가슴에 온몸을 비벼다오

 

사랑의 순수한 격정에서 벗어나서

이미 이자가 되어버린 그녀와 더불어

자신도 이자가 되고자 한다.

내가 정신차릴 수 있도록

무엇이든 와서 떨리는 가슴에 온몸을 비벼달라고 한다.

 

나는 그녀와 사랑이 오래 이어지도록

나를 버리고 이자로 변신하려 한다.

꽃보다 아름다운 이자가 되고자 한다.

 

 

<낙타가 되어> --- 장경린

 

利子의 손이 닿으면 시냇물은

퀴퀴한 폐수가 되어 복개된 후 지도에서 사라지고

검은 대리석은 묘비가 되어 일어나 앉고 캐리가

보신탕이 되어 식탁 위로 올라오고

달걀이 날아가 바위를 부수고 앉아 있는 등나무 의자에서

새싹이 돋아나오고 어느 날 갑자기

中共이 中國이 되고 나는 몸서리치며 사표를 던져야지

다짐하게 되고 이자의 손이 닿으면 그녀는 내게

절교를 선언하며 돌아서고 낙태된 아이가 낙타가 되어

도시를 배회하고 장난감이 양로원으로 보이고 어리석음과

분노가 사라지고 금붕어가 책꽂이에 알을 낳고

오해가 풀리고 이자의 손이 닿으면 내가 내 삶의

엑스트라처럼 보이고 중산층답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지하철에서 신문의 숨은그림찾기나 해가면서

이자의 손이 닿으면 이게 뭔가 싶어 이자를 덥석

움켜쥐고는 어리둥절 터무니없이 화풀이를 해대고 외설이

예술이 되고 예술은 횡설수설이 되고

 

이자의 세계에서

이자가 이자를 위해서 이렇게 장황하게 이자를 쓰고 있는 것도

이자들의 이자를 위한 것일지 모르지만

이자의 손에 닿으면

 

<낙타가 되어>에서는 이자(利子)의 본질을 말하고자 한 듯하다.

인간의 순수함과 자연스러움을 여지없이 뭉개어버리는 이자(利子),

피하려 해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이자(利子)를 말했다.

 

<달래야> --- 장경린

 

매화는 다시 매화가 되려 하고

수련은 다시 수련이 되려 하고

북한산도 다시 북한산이 되려 하는데

걸쭉하게 몸 버린 한강도

다시 한강이 되려 하는데

쓰러진 강아지풀도

강아지풀로 일어나려 하는데

 

나는 뭐가 돼야 쓰겠소

응?

 

장경린은 고민한다.

 

매화도 수련도 북한산도 본연으로 되려하고

몸 버린 한강도, 쓰러진 강아지풀도 그러한데

이자(利子)의 마수에서 헤어날 수 없는 우리는 어찌할꼬~

 

 

 

 

2010.10.17.

작은큰통.

 

 

참고자료: 아래는 인터넷에서 발췌한 관련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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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장경린은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한국은행에 재직한 후 현재 경제 자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1985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시단에 등장한 이후 『누가 두꺼비집을 내려놨나』 『사자 도망간다 사자 잡아라』의 두 권 시집만을 상자한 그의 소박한 시단 경력에 비해 다른 차원에서의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력에 독자들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자본 흐름의 중추에 있다고 할 수 있을 ‘한국은행’이라는 기관과 ‘시인’이라는 그의 또다른 직업(?)은 마치 요철이 맞지 않는 한 쌍의 톱니 같다.

 

장경린은 그의 시 쓰기가 ‘업자한테 속아 아파트 물딱지를 산 뒤로 매사에 이면을 들춰보는 버릇이 생긴 것’과 같이 상징계인 세상을 ‘의심’하고 들춰보는 데서 출발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는 의심함으로써 시인인 것이다. __정효구(문학평론가)경제 체제의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생활해나가는 그의 삶은 물적인 삶의 밑바탕에 깔고 있는 고유한 정체성으로 세상을 의심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시편들을 이루어낸다. 이전의 시집들에서 문법 해체의 기법을 이용하여 삶의 풍경들을 스케치했던 장경린의 시가 해학적인 느낌을 많이 주었다면 장경린의 이번 시집에서는 자신이 그려야 할 청사진이 무엇인가에 대해 절박한 자세로 끊임없이 질문하며 삶의 형태를 찾는 모험에 좀더 진지하게 집중한다. 매화는 다시 매화가 되려 하고수련은 다시 수련이 되려 하고북한산도 다시 북한산이 되려 하는데걸쭉하게 몸 버린 한강도다시 한강이 되려 하는데쓰러진 강아지풀도 강아지풀로 일어나려 하는데나는 뭐가 돼야 쓰겠소응? ─「달래야」전문시인으로, 또는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영혼으로 살아야 하는 장경린은 ‘세상의 상징계에 조종당하고 왜곡당하지 않는 자생의, 자발의, 자율의, 자유의 존재가 되고 싶’(정효구)다. 시장의 메커니즘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우리는 누구나 그 장치의 한 부품으로서 역할하고 도구로서 이용되어진다. 그러한 메커니즘의 생리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을 시인의 자기정체성에 대한 의심은 끝없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의 탈주란 삶의 밑바탕을 갈아엎는 것 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일 것임을 알고 있다. 이럴 때 그는 작은(반영구적인) 변화를 통해 위안을 얻는다. 

 

이상 [토종닭 연구소](2005) 소개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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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집 [사자 도망간다 사자 잡아라](1993)에서 시인은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소비주의 사회를 <이자>라는 단어를 통해서 징후적으로 포착해내고 있다. 시집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이 어휘는, 오늘날 끝내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필히 감당해야 하는 어떤 막연한 의무 같은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지 않은가? 살아감을 견디기 위해서 우리는 제각각 사회에, 미래에, 타인에게 삶을 저당잡혀야 한다. 그렇다면 장경린에게 이자는 인간의 존재증명 같은 것이 아닐까? 실로 이자는 이 자(this man)이 아닐까.

(문학평론가 강동호의 글인데 영 신통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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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는 산골시인 김용호가 2005년에 쓴 글 중에서 발췌함.

===> 아님, 현대 문학에 실린 정효구의 글을 옮긴 것임.

 

(1)자아, 사물, 언어 그리고...

출처 : 현대 문학 2001 년 7 월호 / 글 :정효구

 

1. <우린 실어증에 걸려야 합니다>

  ...생략...

 

2. <나는 뭐가 돼야 쓰겠오>

 

장경린의 시는 언제나 젊다. 그의 시가 젊다는 것은 통찰력이 예리하고 시어를 긴장감 넘치게 구사한다는 뜻이다.

월간 『현대시학』 5월호에 발표한 3편의 작품, 그리고 월간 『현대문학』 5월호에 발표한 1편의 작품이 모두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선한 기쁨의 순간을 맞이하게 만든다.

 

장경린이 발표한 4편의 작품 중 특히 월간 『현대시학』 5월호에 발표한 2편의 작품 「나의 영화관」과 「달래야」가 흥미롭다. 장경린은 전자의 작품에서 자신의 삶을 한 편의 영화, 다시 말하자면 픽션(가상현실)으로 만들어 버리지 않고서는 현실과 인생의 버거운 하중을 견뎌내기가 어려운 게 우리의 처지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장경린의 말에 따르자면 우리는 이 시대의 무게를 견디거나 넘어서기 위하여 자신만의 영화관, 곧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나의 영화관> 한 채씩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

 

(3)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시간도, 성도, 악도, 여자도, 남자도, 돈도, 또 다른 무엇도 견디며 뛰어넘을 수가 없다.

장경린은 이렇게 픽션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 시대, 우리의 처지를 한탄하면서 후자의 작품 「달래야」에서 다음과 같이 외치는 듯한 목소리로 시를 쓴다.

 

매화는 다시 매화가 되려 하고

수련은 다시 수련이 되려 하고

북한산은 다시 북한산이 되려 하고

걸쭉하게 몸 버린 한강도

다시 한강이 되려 하는데

쓰러진 강아지풀도

강아지풀로 일어나려 하는데

 

나는 뭐가 돼야 쓰겠오

응?

 

달래야」 전문

 

장경린이 달래를 향해 묻는 질문의 답은 간단하다. <나는 내가 되려고 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데 있다. 아니, <내가 내가 되려고 하는 것>, 그것이 이토록 어렵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여기에 약간의 설명이 끼여들어야 할 것이다.

 

장경린의 위 인용시를 보건대, 그가 부러워하는 것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존재(매화, 수련, 북한산, 한강, 강아지풀 등의 만물들)가 다 그들 나름의 <본모습>을 찾고 유지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런 일은 얼마간의 노력으로 가능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연을 바꿔 새로이 등장한 <나>란 존재는 어떠한가? 장경린은, 나라는 존재야말로 결코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나는 뭐가 돼야 쓰겠오 / 응?]이라고 따지듯 질문을 하는 것이다. 자신만의 <본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그것은 비극이다.

 

(4)

그러나 우리가 발붙이고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우리의 <본모습>을 지키거나 회복시킨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우리는 점점 더 도구적 존재가 되어 간다. 우리 각자는 더 이상 <존재하는 나>가 아니라 <기능하는 나>이자 <상품화된 나>, 더 나아가 <아무것도 아닌 나>가 되어 있는 것이다.

 

장경린은 그의 제2시집 『사자 도망간다 사자 잡아라』에서 인간은 물론 인간과 관련된 일체의 것들을 <利子>로 규정하였다. 그가 보기에 이 현실 속의 인간들과 그에 관련된 것들은 <利子>의 얼굴을 하고 돌아다니는 것이다. 앞의 인용시를 보자면 장경린은 다른 존재들처럼 그를 포함한 인간들 모두가 <진정한 인간>이 되려고 애쓰기를, 그래서 그렇게 되기를 희구한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다른 길을 향해 인간들을 몰아 간다. 아니 인간들은 그들 스스로의 삶과 그들 스스로 모습을 점점 더 다른 길로 향하게 만들어 간다.

 

이쯤 되고 보면 우리들 각자는 더 이상 <본모습>을 가진 우리들 자신이 아니다.우리들 각자는 저 앞에서 말한 <영화관 속의 나>이거나 <허구 속의 나>에 불과한 것이다. 상현실이 현실보다 더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 시대에,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으로 <인간공장>이 머지 않아 세워질 거라는 뒤숭숭한 소문의 시대에, 인간의 영혼까지도 모조리 상품으로 만들어 팔아버리려고 하는 이 시대에, 노랑머리를 한 국적 불명의 한국인들이 한반도 전역을 휩쓸고 있는 이 시대에, 장경린의 물음은 참으로 절실하다.

 

그 절실한 물음의 내용을 한 번 더 옮겨 보면 그것은 다음과 같다 [나는 뭐가 돼야 쓰겠오 / 응?].

 

정효구 1959년생으로, 1985년 『한국문학』에 「이념과 실존의 거리」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평론집으로 『시와 젊음』 『광야의 시학』 『몽상의 시학』 등이 있으며, 현재 충북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작성 : 여명 문학회 / 김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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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가을그날
글쓴이 : 작은큰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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