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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평론]독도 관련 시문학의 의의

정영진 2010. 10. 6. 15:40
 

평론


               獨島 關聯 詩文學의 意義

                     - 『문학 21』4月號 ‘테마 특선’ 시평


                                                      新毫 / 문학평론가


  들어가는 말


  일본 정부는 과거 36년간에 걸쳐 자행한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을 뉘우치지 않고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더니, 이젠 엄연한 우리의 국토인 ‘독도’마저 저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시마네현(島根縣) 조례제정을 묵인함으로써 국제적 분쟁을 시도하고 있으니, 100년 전 을사보호조약으로 시작했던 한국침략의 재판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이러한 상황에서 월간『문학 21』4월호에 편집된 ‘테마 특선’ 7편의 시작품은 매우 시의적절하여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졸고는 이 작품들의 의의를 평가하는 글이나, 청탁 매수에 제한을 받아 그 중 일부를 다루기로 한다.

     

  1. <한 아낙의 對日 성명시> (권미영 작)


  권미영 시인의 작품 <한 아낙의 대일 성명서>는, 10연 94행으로 짜여진 장시인데, 일본인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평범한 부녀자의 시각으로, 더불어 살기를 희망하는, 일본의 양심적인 인사들에게 호소하는 내용을 읊은 것이다. 긴 작품이라 지면 사정으로 절반에 못 미친 6연 41행만 간추리기로 한다. 


    진심을 발설할 때

    과연 그것이 진심이라면,

    용감한 정직성이 수반됩니다.

    대한의 어느 도시에 사는 한 아낙, 저는

    곁눈질할 당론이,

    챙겨야 할 재물이,

    오르내릴 지위가 없습니다.

        (중략)

    미소라 히바리의 죽음에는 눈물도 흘렸습니다.

    사유리 아주머니 노래 중 한 곡쯤

    즐겨 부르기도 합니다.

    親日이래도 상관없고,

    和日이라면 더 좋다 여겼습니다.


    이웃님, 거기에도

    저 같은 사람 있을 겁니다.

    조국에 대한 사랑, 그 맹목적의 해저에도

    지느러미 색 유난한 어종(魚種)처럼

    진리, 정의, 공의(公義)의 가치관이

    섬뜻섬뜻 물결 다라 왕래함을

    당연라게 아는 사람 말입니다.


    이웃님, 거기에도

    아름다운 공생을 희망하는 눈동자 맑은

    친구들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대들의 조국을 제대로 사랑하도록

    그들을 흔들어 깨우고자 합니다.

    거기 모두가 필요치는 않습니다.

    호수를 썩지 않게 하는 것은

    차고 신선한 물 한 줄기면 충분하니까요.

          (중략)

    이웃님,

    그대 죽어 환생하옵기를 비오며

    몇 번을 환생해도 때마다

    대한민국의 마지막 발가락은 기억하세요.

    애지중지 만지며 부르는 그 이름은

    독도입니다.

    기운만으로라도 남이 닿으면

    질색으로 피를 토하며 감사 안는 그 이름은

    독도입니다.


    이웃님, 거기

    소수의 정의로운 자들이여.

    그대들을 부끄럽게 하는 이들에게 전하세요.

    옳은 역사를 전해야 바른 역사가 섭니다.

    대한인의 발가락은 열한 개입니다.

      (하략)


  평자도, 권 시인이 말하는 ‘진리 정의, 공의의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일본에도 있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문인들 중에서 두세 명 거명한다면, 우선 일본에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이니, 그는 관동대지진 2년 뒤[1925년)에 TY,s 장편(掌篇)소설 <조선인(朝鮮人)>[나중에 <바다>로 바꿈]을 통해, 이리저리 공사판을 더돌아다니는 불행한 합병의 희생상을 형상화했던 것이다.

  관동대지진 이야기가 나온 계제에 시인 이바리기(茨木) 노리꼬의 이름을 들어야 할 것 같다. 그녀는 <장 폴 사르트르에게>에서 이렇게 노래하였기 때문이다.


    朝鮮의 수많은 사람들이 대지진의 東京에서 / 왜 죄없이 살해되었는가 / 검은 女學生은 왜 대학

    에서 배울 수가 없는가 / 우리들조차 누군가에 의하여 자유롭게 / 의심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1)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필요할 땐 끌여들인 조선인을 사정이 바뀌면 강제로 쫓아버리는 횡포를 <비 내리는 시나가와역(品川驛)>의 시인 나카노 시게하루(中野重治)도 있었다. 그는 민족이 다른데도 우리 노무자들을 형제처럼 다정하게 부르며, 쫓겨난 데 동정의 눈물을 뿌린 것이다. 비록 결연에서 “일본 프롤레타리아트의 뒤 방패 앞 방패”라고 읊어 연대의식을 드러내어 좌경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면 그를 감옥으로 보내고 우경한 일본 위정자들은 어지 되었던가! 우리 동포를 전쟁터로 몰아넣는 등 온갖 탄압을 감행한 것은 물론, 대동아 공영권이란 미명 아래 전 아시아를 폐허로 만들어, 인류사에 유례가 없는 원자탄 세례까지 받았으니, 그 뒤 불과 60년도 못 된 차에 옛 일이 그리워 다시 우경화하여 침략을 획책하겠단 말인가!

  권 시인은 이런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옳은 역사를 전해야 바른 역사가 섭니다.’라고 그들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다름 한편으로 권 시인은 우리 주권의 소중함을 우리 겨레에게 ‘독도’를 ‘대한인의 발가락은 열한 개’라는 비유를 통해 일깨워 주었다. 그가 결코 정상이 아닌 발가락 수를 들어 말해야 하는 슬픔과 고통을 감수하고 당당히 대일 자세를 가다듬은 것은, 그런 슬픔과 고통보다 우선하는 주권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절감한 때문에서였다.

  요컨대. 상대방에게는 양심과 정의에 입각한 진정한 각성과 반성에 의한 상황인식을 통해 결코 오판하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대내적으로는 신체나 다름없는 국토의 소중함을 깨우쳐 줌으로써 조국 수호의 결의를 다지게 한 점에 <한 아낙의 대일 성명서>의 의의가 있다.  


  2. <독도> (박희호)


  이번엔, 길지도 짧지도 않은 4연 22행으로 짜여진 박희호 시인의 작품 <독도>로 넘어가기로 하자.


    조국의 근시

    그 눈길로는 잴 수 없었던

    산맥이 끊겨 솟은

    동해의 외로운 이름이여

    조국의 애달픈 이름이여.


    먼 마을

    개 짖는 소리에

    때 묻은 설움

    눈물로 목이 메어

    잠 못 드는 이름이여.


    첩첩이 쌓인 고요 속에

    흐려진 분노

    수궁에다 문패 달아

    섬섬한 눈가 맺힌 이슬

    칠천만 소매로 닦으리다.


    깨어난 고운 날 빛

    침묵의 진노을에도

    내 산하

    내 하늘

    구름 조각 낚을

    반짝이며 고인 눈물의 이름이여!

                        - 전문 -

    

  민족적으로 중차대한 상황을 반영하여 이 시작품은, 한반도와 불가분의 위치에 놓여 있는 대륙붕임을 드러내 보이는 한편, 그 ‘이름’에 중점을 두어 시상을 전개시킨 것이 특색이다.  

  우선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이에겐 간과되기 쉬운 애달프고 외로운 작은 섬이지만, 실은 뭍에서 뻗어 내린 산맥의 일부라는 사실로 붓을 들어, 대상이 내 나라 우리의 것이기에 외로울 것이라는 인격화에 의한 감정이입으로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기에 실제로는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지만, 마을에서 들리는 ‘개 짖는 소리’와 연결되어, 그 안위(安危)가 몹시도 걱정되는 절박감의 토로로 이어진다.

  하지만 일단 시상을 일전시켜, 민족적 분노를 ‘수궁에다 문패 달아’라는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발휘함으로써, 남북의 칠천만 겨레가 함께 힘을 합치자고 호소한 뒤, 그러한 민족적 열정의 결과가 고운 날이나 흐린 날을 가리지 않고, ‘구름 조각 낚을 / 반짝이며 고인 눈물의 이름이여!’라는 아름다움으로 결정(結晶)으로 마무리지은 것이다.

  수사법상 전편에 네 번이나 되풀이된 ‘이름이여!’는 아마도 일제에게 주권을 빼앗긴 설움을 한 여인의 죽음으로 비유하여 읊은 김 소월의 <초혼(招魂)>의 전철(前轍)을 밟지 않겠다는 박 시인의 의지의 반영으로 헤아려진다. 

  여기서 ‘수궁’이란 상상력 발휘와 관련된 사항에 언급하면, 판소리 <수궁가(水宮歌)>의 두 주역 - 토끼와 자라이니, 약자를 감언이설로 유혹하였으면서도 일언반구 사과하지 않고 돌아서는 강자의 태도가, 3천리 금수강산의 형상과 닮은 한반도를 온갖 간계를 다 동원하여 강탈했으면서도 사과하는 흉내만 내어 온 일본 위정자들과 닮은 가닥이 있어 보인다.

  이런 점에서 사과해야 함에도 사과하지 않는 일본인의 속성을 드러낸 사이토(齋藤) 마모루의 <한강(漢江)>은 우리에게 깨우쳐 주는 바가 있다고 보인다. ‘조약돌’을 던져 빨래하던 여인에게 상처를 준 대목이 이렇게 읊어져 있기 때문이다.


    뜻밖에 비명이 일고 / 모랫벌에 발이 빠지면서 여자가 달려왔다. /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

    피묻은 손이 내밀어졌다 / 나는 이 나라의 말을 알지 못했다 / 빨래 방망이를 내던지고 / 여기

    저기서 여자들이 일어섰다 / 나는 사과해야 한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 나는 하지 않았다.2)

                                                          - 부분 -

  3. <獨島> (牛堂)


  우당 안도섭 시인은 ‘독도’에 대한 애정과 이 섬을 둘러싸 벌어지고 있는 한일간의 냉기류를, 아래와 같은 1행시로 읊어 독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의 막내 섬, 누가 바늘을 심는가? 쇠못을 박는가?


  먼저, ‘조선’이란 시어를 고른 것은, 이 이름이 ‘고조선’에서 비롯되어 ‘근세조선’을 거쳐 일제하에서도 쓰인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남쪽에만 국한되지 않고 북쪽까지 포함되는 민족적 과제를 고려한 때문임에 틀림없다. 

  이어서, ‘섬’을 ‘막내’로 비유한 것은, “어버이의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는 오래 사용되어 온 속담처럼, 작은 국토이기에 오히려 애정이 깊을 수밖에 없는 안 시인의 심리가 반영된 표현이라고 본다.

  다음에, ‘바늘을 심는가’의 ‘심는’은 ‘꽂는’의 듯이나 그 행위자가 무척 공을 들여 ‘음모’의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는 상황의 암시로, 병기된 일역으로 보아 ‘뿌린[散]’ - 그것도 대량으로 산포(散布) 또는 살포(撒布)하는 것으로 의심됨을, ‘물음표(?)’가 뒷받침해 준다.

  끝으로, ‘쇠못을 박는다’는 일제가 우리의 정기를 끊기 위해 흔히 해 왔던 만행을 환기시켜 경계하게 하는 것으로 ‘느낌표(!)’로 보아 여기에 시인이 관심하는 바 역점이 주어져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총체적으로, 이 작품은 우리 속담에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고 한 바와 같이, 하찮아 보이는 일로 시작하여 큰 모의(謀議)를 꾸며 온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술수를 꿰뚫은 우당 이 앞으로 재판될 확률이 높은 거듭될 군사 도발을 경계한 수준 높은 1행시이다.

  평자는 여기서 우당의 이러한 경계가 혹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속단할 독자들을 위해, 일본 시인 자신이 군국주의를 경계했던 시작품을 한 편 인용하기로 한다.

“눈에는 눈이요, 이에는 이라”는 잠언에 따라 기따가와 후유히꼬(北川冬彦)의 1행시 <말(馬)>을 소집함을 양해하기 바란다.       


    군항(軍港)을 내장(內臟)하고 있다.3)


  여느 말들은 뱃속[腹中]에 오장 육부를 지니고 있는 데 반해, 이 시에 나오는 말의 뱃속은 전함, 구축함, 순양함 심지어는 항공모함도 들어 있는 군항이 자리잡고 있으니, 육해공군이 다 갖추어진 강력한 전투집단인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막강한 군비를 갖추어 한반도를 거쳐 중원대륙을 집어삼키려 했던 일본 군국주의의 표상이었고, 실제 역사는 일본군에 의한 아시아의 침공으로 나타나 이 시의 통찰력의 옳았음을 입증해 주었다.

  그런데, 이 ‘말’은 알고 보면 본디 일본엔 없었던 것을, ‘거울’이나 ‘칼’과 더불어 우리 한국이 그들에게 베풀어 준 것이었다. 말이 없어 제 발로 걸어다니는 사람을 ‘히자구리게(膝栗毛)’라고 일컬은 것도 이런 데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우리가 베풀어준 은혜를 침략으로 갚았으니, 일본 시인들 중에는 제 나라 문화의 근원이 한국을 포함한 대륙에 있었음을 읊은 이도 있었으니, 이바리기 노리꼬의 <칠석(七夕)>은 이 점을 웅변 이상으로 말해 주고 있다.


    紀元前부터 나타나 차츰 그 형태를 가다듬어 온 / 漢民族의 아름다운 古譚 / 일직이 萬葉人이

    즐겨 쓰던 素材도 / 근원을 말하면 고구려, 백제 경유로 멀리 / 傳來된 것이 아니었던가 / 文字,

    織物, 鐵, 革, 陶器, / 말사육, 그림, 紙物, 술만들기 / 옷만들기, 대장간, 學者에 노예 / 얼마나

    많은 것들이 건너올 것인가 / 옛 恩師의 후예들은 / 여기서도 저기에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敬遠되고 / 저녁바람 쏘이러 온 사람조차도 尾行인가 겁먹고 있다 4)

                                            

  나오는 말


  『문학 21』의 ‘테마 특선’에는 앞에서 다룬 작품 말고도 이시환, 송택경, 권영우 시인들의 <독도>와, 안재동 시인의 <호랑이의 연인> 등 4편이 더 있으나, 지면 사정으로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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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朴顯瑞著,『日本現代詩評說』, 고려원, 1980, 273쪽

 2. 金光林, <日本現代詩에 나타난 韓國․韓國人像>, 김태준編,『일본문학에 나타난 한국 및 한국

      인상』, 동국대학교출판부, 2004, 27쪽

  3) 上揭,『日本現代詩評說』, 93쪽

  4) 同上, 276쪽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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