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평사리 토지문학대상
이팝꽃 그늘
이해리
고소한 뜸 냄새를 풍기며 변함없는 밥솥이
더운 김을 내뿜는 아침
동구 밖 이팝꽃 흐벅지게 피었다
고봉으로 밥 먹은
사람 드문 시대 고봉으로 피었다
구름이 퍼먹고 바람이 퍼먹고 못자리가 퍼먹고 나도
하얀 쌀밥꽃 남아돈다, 남아도는 쌀밥꽃 길가에
수북 떨어졌다가
자동차에 뭉개지고 수챗구멍으로 날아 들어간다
팅팅 불은 밥풀들, 쌀이 남아돈다
쌀라면을 만들까 쌀로 된
햄버거를 만들까 나도 남아
고민중인데
주체할 수 없는 잉여는 차라리 슬픔인지
아프칸의 그 어린 것 아프게 떠오른다
제 위장보다 훌쭉한 자루를 들고 포탄이 핥고 간 들판에
풀을 캐러 다니던 네 살배기,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백만 명이
고스란히 굶어 죽는다는데
북한의 꽃제비들은 한 보시기 밥 때문에 오늘도 사선을 넘어온다
내 배부름으로 세상 어딘가에 배고파 야위는
슬픔이 즐비한데
새벽 별같이 하얀 쌀이
숭고하던 쌀밥이 길바닥에 고봉으로 넘쳐난다
두려운 무기처럼 온 마을에 그늘을
드리운다
이해리 시인
경북 칠곡 출생, 대구제일여상졸업,대구예술대학교한국음악과수료
1998년 계간 <시대문학> 신인상
2003년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대상 시부문 당선
대구시인협회회원
민족문학 작가회의 대구지회회원으로 활동중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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