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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어머니 1/이성복

정영진 2010. 10. 6. 14:48

어머니 1 

 

 

 

 

 이성복

 

 

 

 

  가건물 신축 공사장 한편에 쌓인 각목더미에서 자기 상체보다 긴 장도리로 각목에 붙은 못을 빼는 여인은 남성, 여성 구분으로서의 여인이다 시커멓게 탄 광대뼈와 퍼질러 앉은 엉덩이는 언제 처녀였을까 싶으쟎다 아직 바랜 핏자국이 수국(水菊)꽃 더미로 피어 오르는 오월, 나는 스무 해 전 고향 뒤산의 키 큰 소나무 너머, 구름 너머로 차올라가는 그녀를 다시 본다 내가 그네를 높이 차올려 그녀를 따라잡으려 하면 그녀는 벌써 풀밭 위에 내려앉고 아직도 점심 시간이 멀어 힘겹게 힘겹게 장도리로 못을 빼는 여인,

 

   어머니,
  촛불과 안개꽃 사이로 올라오는 온갖 하소연을 한쪽 귀로 흘리시면서, 오늘도 화장지 행상에 지   친 아들의 손발의, 가슴에 깊이 박힌 못을 뽑으시는 어머니……

 

 


 

                                                      이성복 시인

 

 

1952년 경북 상주 출생 .  서울대 인문대 불어불문학 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77년 겨울 <정든 유곽에서>외 1편으로 <문학과 지성>으로 등단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1980년 문학과지성사)

          남해금산 (1986년 문학과지성사)

          그 여름의 끝 (1990년)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1993년)

          아 입이 없는 것들 (2003년 문학과지성사)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자국 (2003년 열림원)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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