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픈 여자, 쉬운 여자, 착한 여자 서현호 여자 하나 만났으면 좋겠다 아들 녀석 차려 준 밥상조차 치우지 않은 궁상 앞에 걸려 온 전화는 어을픈 그림패 궂은 비 내리는 그렇고 그런 일도 없건만 등뼈 시린 오뉴월 여자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 여보, 하면 여보, 하고 어이, 하면 어이, 하는 헛장난 질에도 실실 웃는 슬픈 뒷덜미가 성감대인 여자, 헤픈 여자 그런 여자 만나 한 삼 칠 일 떠나 봤으면 좋겠다 대놓고 고향 집은 못 찾아도 그 건너 어디 하동께로나 가 섬진강 재첩국에 건성으로 끼니를 때우고 아이 슬지 않을 만큼 띄엄띄엄 그 짓도 하다가 더러 싫증나면 읍내께로 마실 나가 촌 다방 냉커피라도 홀짝 거리겠다 지직거린 TV 앞에 애먼 성냥으로 탑이나 세우다 희뜩이는 마담 눈살에 그만 탑 무너질 때 요란한 시국 뉴스는 쯔쯔 혀를 차겠다 그러다 뜬금없이 대한민국 헌법 1조를 아느냐는 종없는 질문으로 젊은 레지 하나 불러 앉혀 그야말로 구구한 시국담조차 낭만으로 치는 내 휴가길 푼수 같은 꿈 푼수 같은 여자 하나 만나고 싶다 헤픈 여자 쉬운 여자 그러나 영영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착한 여자 뒤 돌아서 눈물 감추는 여자
## 서현호『서정과 상상』신인상으로 시단에 나왔으며, 시집 『내 안의 고요』『더 이상 꽃이 아니다』가 있다. |
출처 : 이효경시인의 뜰
글쓴이 : 山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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