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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인선서

정영진 2010. 7. 7. 21:35
 
         시인선서       

 

                                         글/김종해

 

시인이여
절실하지 않고, 원하지 않거든 쓰지 말라.
목마르지 않고, 주리지 않으면 구하지 말라.
스스로 안에서 차오르지 않고 넘치지 않으면 쓰지 말라.
물 흐르듯 바람 불듯 하늘의 뜻과 땅의 뜻을 좇아가라.
가지지 않고 있지도 않은 것을 다듬지 말라.
세상의 어느 곳에서 그대 시를 주무하더라고
그대의 절실함과 내통하지 않으면 응하지 말라.

그 주무에 의하여 시인이 시를 쓰고 시 배달을 한들
그것은 이미 곧 썩을 지푸라기 詩이며, 거짓말 시가 아니냐.

 

시인이여, 시의 말 한 마디가 한 마디가 그대의 심연을 거치고
그대의 혼에 인각된 말씀이거늘, 치열한 장인의식 없이는 쓰지 말라.
시인이여, 시여, 그대는 이 지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위안하고
보다 높은 쪽으로 솟구치게 하는 가장 정직한 노래여야 한다.

 

온 세상이 권력의 專橫전횡에 눌려 핍박받을지라도
그대의 칼날 같은 저항과 충언을 숨기지 말라.
민주와 자유가 억압당하고, 한 시대와 사회가 말문을 잃어버릴지라도
시인이여, 그대는 어둠을 거쳐서 한 시대의 새벽이 다시 오는
진리를 깨우치게 하라.

 

그대는 외로운 이, 가난한 이, 그늘진 이, 핍박받는 이, 영원 쪽에 서서
일하는 이의 맹우盟友여야 한다

출처 : 정-시문학
글쓴이 : 제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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