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이야기/정연숙 고향 떠난지 몇 년 만일까 마을에서 마을로 헌 비닐 봉지처럼 떠돌며 만만치 않은 삶을 살아온 만큼 돌아갈 길은 더욱 막막하고 그지없이 서글프기만 한데 산동네 변두리 단칸 셋방 아무렇게나 살더라도 떠나온 고향에는 다시 가지 않겠다던 썰렁한 웃목에 돌아 누운 남편 잠 속은 늘 편안했을까 아침에 눈 뜨면 소금물에 절인 몸을 일으켜 멀건 시래기국에 밥 한술 말고 허름한 작업복 횟가루를 뒤집어 쓰고 야근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은 꿈은 아득히 멀어지고 시멘트 두께를 더해가는 슬레이트 지붕 위로 눈은 자꾸만 쌓이고 밤새 내린 눈발이 바람 속에서 흩날렸다 이제는 아무 일 아닌 듯 밥도 짓고 빨래도 널고 나와 같이 늙어가는 유통기간 지난 남편이 좋다 날이 어두워지면 내가 그대가 되어 그대 가슴에 별이 되어 드리리다 별 하나로 떠 있는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 |
출처 : ▒ 나 그대 별이 되고파 ▒
글쓴이 : 소소 정연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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