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 정연숙 시

[스크랩] 겨울밤 이야기

정영진 2010. 4. 2. 13:32

 

겨울밤 이야기/정연숙
고향 떠난지 몇 년 만일까
마을에서 마을로 헌 비닐 봉지처럼 떠돌며
만만치 않은 삶을 살아온 만큼
돌아갈 길은 더욱 막막하고
그지없이 서글프기만 한데
산동네 변두리 단칸 셋방
아무렇게나 살더라도
떠나온 고향에는 다시 가지 않겠다던
썰렁한 웃목에 돌아 누운 남편
잠 속은 늘 편안했을까
아침에 눈 뜨면
소금물에 절인 몸을 일으켜
멀건 시래기국에 밥 한술 말고
허름한 작업복
횟가루를 뒤집어 쓰고
야근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은
꿈은 아득히 멀어지고
시멘트 두께를 더해가는
슬레이트 지붕 위로 
눈은 자꾸만 쌓이고
밤새 내린 눈발이 
바람 속에서 흩날렸다
이제는 아무 일 아닌 듯
밥도 짓고
빨래도 널고
나와 같이 늙어가는 
유통기간 지난 남편이 좋다
날이 어두워지면
내가 그대가 되어
그대 가슴에 별이 되어 드리리다
별 하나로 떠 있는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

  
			
			
출처 : ▒ 나 그대 별이 되고파 ▒
글쓴이 : 소소 정연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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