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 속에서/정연숙
찬바람 옷깃으로 스며드는데
산 그림자 쉬어가는
그 숲에 가면
마음 비춰주는 사람 있을까
허허로운 빈 가슴
바람이 잠재우고 가는 날은
그리움도 쑥쑥 자라
밤새 이슬에 젖어
아침 햇살에 깨어나는
풀잎의 소리를 듣고 싶다
세상 사람들 모르게
산 벚꽃 부끄럽게 피던 봄날
이끼 낀 바위에 앉아
언제 마음 기울여 바라 본 적 있었던가
푸르던 잎새
가을빛 짙어지고
붉게 타들어 가면
끝내 이별을 부르리라
홀로 계절 앞에 서면
보이는 것은
아득한 꿈결 같고
부질없는 여운은
늘 그 자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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