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무채시

가을의 응징

정영진 2018. 9. 4. 13:22

가을의 응징  / 정영진


내가 간사한 것인지

날씨가 간사한 것인지

시간이 간사한 것인지

바람이 옆구리를 건드니

괜히 기분 좋은 날


고추는 건조대에 누워

때깔이 쫗아야 대접받는다고

젖은 몸을 뒤적거리고


추석이 닥치는지 논에 벼도

묵념하듯 고개를 수그리고

창창한 햇빛은 구름을 깨부쉈는지

하늘은 푸름 푸름 푸름


내 이렇줄 알았다

지난여름에 사정없이 날 내동이 친

꼴통 여름 가을에 혼날 줄 알았다

혹독하고 혹독하여 꼬신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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