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의 비밀
재무설계는 어른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자녀에 대한 재무설계 교육(아직은 어린이 경제 교육이란 말이 익숙하지만)은 매우 중요하다. 성인이 되어 훌륭하게 사회생활을 꾸려나가도록 하려면 어렸을 때부터 돈과 삶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일이 긴요하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재무설계 교육을 할 때 밥상 머리에서 ‘돈을 절약하라’, ‘돈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와 같이 추상적인 훈계만 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무설계의 참뜻은 ‘개인의 인생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재무적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하는 통합적 과정’이라는 점에서 삶과 돈을 구체적으로 연결시켜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교육의 도구로서 미국의 1달러 지폐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달러 지폐의 뒷면을 보면 오른쪽에는 독수리 그림이 있고 왼쪽에는 피라미드 그림이 원 안에 들어있다. 독수리 그림을 자세히 보면 왼발에는 화살을, 오른발에는 올리브 가지를 움켜쥐고 있고 가슴엔 방패가 있다. 이 지폐를 사용하는 공동체는 평화(올리브 가지)를 사랑하지만 다른 나라가 쳐들어와도 방어할 수 있는 군대(방패)를 보유하고, 필요하면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전쟁(화살)도 불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독수리가 물고 있는 리본에는 ‘다수로 이루어진 하나’(E PLURIBUS UNUM) 즉, 합중국이라는 의미의 라틴어가 새겨져 있다.
왼쪽 그림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완의 피라미드가 있고 피라미드 맨 밑에는 1776(MDCCLXXVI)이라는 라틴어 숫자가 있다. 피라미드 위에는 눈(目)이 하나 그려져 있다. 미국이 1776년에 독립하여 피라미드를 한층 한층 쌓아 나가듯이 공동체로서 계속 번영하고 있음을 형상화한 것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러한 발전과 성장이 항구적이어야 함을 암시한다. 이렇게 공동체가 발전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게 바로 전지전능한 신(하느님)의 눈이다. 피라미드 그림 위와 아래에 각각 ‘신이 우리의 노고에 미소 짓는다’(ANNUIT COEPTIS)와 ‘현세의 새 질서’(NOVUS ORDO SECLORUM)라는 라틴어가 있다. 독립한 공동체를 새로운 질서로 인식하고 공동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신이 보살핀다는 뜻을 담고 있다.
두 그림 사이에 onE이라는 단어가 있고 그 위에 ‘우리는 신을 믿는다’(IN GOD WE TRUST)라는 문장이 있다. 다른 달러에도 대부분 이 문구가 있다. 가장 세속적인 물건에 가장 성스러운 표현을 넣은 것이다.
1달러 지폐에 담겨있는 이러한 함의는 가족이나 개인의 삶에 응용할 수 있다. 즉 피라미드 맨 밑에 자녀의 출생년도를 적고 인생이란 피라미드를 쌓는 것과 같다는 점을 일깨워준 다음, 자녀가 이루고 싶어하는 삶의 목표를 물어보자. 독수리가 물고 있는 리본에는 자녀의 꿈(인생 목표)을 새겨 넣으면 된다. 독수리가 움켜쥔 3가지 상징물로는 인생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3가지 원칙을 정해 그것으로 대체하면 될 것이다. 아니면 살아가는데 힘이 될만한 명언이나 격언을 뽑아보아도 좋을 것이다. 자녀의 재무설계 교육은 돈을 통해 먼저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핵심이다. 스스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일생에 걸쳐 부단 없이 노력할 때 신이 미소를 짓고 마침내 피라미드를 완성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돈은 어디까지나 삶의 수단이라는 점도 자연스레 부각시킬 수 있다.
※ 이 글은 2007년 10월 8일 한국경제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