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利己)의 성(城)/정영진
거짓의 주춧돌을 모아서
천벌에도 견딜 만큼
땅속 깊숙이 네 귀퉁이를 다지고
교활의 기둥은 의뭉하게 세우고
보와 보는 욕망이 흩어지지 않게
다부지게 서로 엮어 놓고
위선의 대들보를 올리는 날
상량식을 그럴싸하게
사기와 갑질의 서까래는
촘촘히 내리 누이고
뻔뻔함의 기와는
비 샐 틈 없이 누이고
허영의 벽은 황금 옷을 입히고
교만의 마루는 번질번질 닦고
사악한 대문은 활짝 열어 놓고
남의 한숨과 고통과 분노로 군불 지피고
무능과 횡포의 잠자리에서
성주가 된 내가 키득거린다